이구열(미술평론가)

진솔한 鄕土愛와 시골 情趣의 畵意

故鄕, 특히 시골 벽지나 地方의 작은 都市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情念은 일찍이 離鄕하여 오랜 세월 외지에 살게 된 연령층에게 생각할수록 절실하게 피어오르는 하나의 人間的 本性이다. 때문에 古來로 文學作品이나 노래에 故鄕을 말하고 혹은 그것을 절실하게 主題삼은 人間의 本性的 情念表現이 수없이 많았다.

詩人 趙芝薰은 “故鄕의 山川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다.” 라고 쓴 적이 있다. 그 말은 고향의 산천 뿐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 자란 마을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및 자라는 아이들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정겨움과 그리움을 表現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잊을 수 없는 故鄕의 情趣, 그 아련한 鄕愁와 그리운 回想…… 이런 상념은 繪畫藝術에서도 주제되는 일이 많다. 그러한 性向의 그림은 舒情的 自然主義 또는 鄕土主義로 말해진다.

水墨淡彩의 傳統的 한국화가인 林茂相은 경상북도 聞慶의 벽지 농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낸 배경에서 自身의 畵面 素材를 체험적인 시골생활의 情感과 무한한 鄕土愛의 舒情的 시각으로 일관시키고 있는 소박한 성정의 畵家이다. 30年前부터 서울에 정착하여 作品生活을 하고있는 그의 故鄕主題의 남다른 집착과 내면적 심사의 表現은 가끔 고향을 찾아가 거듭 정겨워 했거나, 반대로 어떤 現實에 마음 아파한 바의 心情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한 鄕土愛의 순박한 表現態度는 <故鄕으로 가는 길목>, <故鄕집>, <겨울山家>, <언덕위의 담배건조장>, <烈女閣>등으로부터 작금의 農村 現實의 한 단면인 황폐화된 農家 主題의 <離農>, <無常> 등의 命題의 연작으로 지향돼 있고, 그 밖의 다른 鄕土的 정경素材로는 마을 주변의 자연풍정과 聞慶의 유명한 준령인 <梨花嶺>을 비롯한 實景들이 그려지고 있다. 앞에 열거한 것처럼 林茂相의 望鄕感 짙은 畵面들은 그가 정겹게 바라보고 혹은 그렇게 포착한 자신의 故鄕 마을과 그 인근 산천의 情趣 表現에 집중된 具體的이고 直接的 視角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側面만으로는 순박한 鄕土的 素材主義에 그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技法的 측면의 붓놀림과 먹(墨)빛 및 淡彩의 농담형상 또는 造形的 질감조성의 표현효과 그리고 主題 對象의 치밀한 構圖 등에서 林茂相은 그의 繪畵的 力量과 表現的 特性을 實現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具體的인 故鄕素材의 화면들을 繪畵的인 內面으로 전개시킴에 있어서 그는 자신의 創造的 表現手法을 성실하게 施圖하고 있는 것이다.

林茂相에게 일관되는 望鄕感의 畵意와 土俗的인 情感 追求의 心意는 가령 <幽情>으로 명제한 고향마을의 한 정다운 農家 그림에 붙여 作家가 마음의 진정을 표명한 다음과 같은 글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情緖가 메말라 가고 있는 요즈음, 故鄕은 늘 우리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다가온다…… 소박하고 情感 넘치는 풋풋한 삶의 현장이 아니었던가. 맑은 물, 맑힌 空氣마저 갈구하며 現代를 사는 우리에겐 텁텁한 故鄕의 情趣야말로 오래도록 남을 마음의 安息處일 게다. 또 <鄕愁의 언덕>으로 命題한, 언덕길 위의 農家와 담배건조장 土壁건축물 풍정이 그려진 作品에 붙여 쓴 글은 이 作家의 文學的 感性의 일면도 엿보게 한다.

어린시절을 벽촌에서 자라난 탓으로 흙냄새 풍기는 土俗的 風物과 舒情的 분위기를 사랑한다. 수려한 자연경관도 좋지만,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故鄕의 情趣를 더욱 좋아한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모티브로 하여 느낀 感情表現을 이미지화한 作業, 특히 벽촌오지의 어설프고 거칠거칠한 맛을 表出하여 그 內面世界를 보다 진솔한 분위기로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나의 宿題일 따름이다.

모든 藝術家와 作家는 궁극적으로 自身의 깊은 마음과 精神을 形象化시켜 表現하는 創造者이다. 林茂相의 作品들 역시 앞에 인용한 作家 자신의 말 그대로 眞率되고 꾸밈없이 그의 마음과 精神을 反映시킨 內面으로 우리의 注目과 評價를 사고 있는 것이다.